기후정의와 모두의 예술

기후정의와 모두의 예술  
2022.09.13 - 09.30

대전환의 문을

‘기후정의와 모두의 예술’ 전시에 초대합니다.

2022년, 인류는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는 여름을 보냈습니다. 각 대륙마다 무시무시한 폭염과 끝없는 산불에 맞서 싸웠고, 수천의 인명과 동식물이 희생되었습니다. 폭우는 또한 어땠습니까?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쏟아붓는 집중호우는 수많은 삶의 터전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 세계적 가뭄의 소식은 앞으로 다가올 식량난의 시절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이번 여름을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갔고, 얼마 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칭하며 위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엄중히 선포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5월에 발표된 호주 내셔널 기후복원센터의 보고서는 이미 지구의 중대한 기후 시스템들이 임계점을 넘어섰으며, 그 연쇄작용이 곧 닥칠 것이라며 속히 ‘기후 도미노’ 현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연재해, 물 부족, 생물 종 대량 멸종, 식량 위기, 기후난민과 전쟁, 해수면 상승, 알 수 없는 전염병 등의 사건들은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한 여러 입장 중에서 ‘기후 정의’에 특히 주목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최근 서울에 쏟아진 호우로 희생된 ‘반지하 세 모녀’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기후 위기라는 재난 앞에 ‘벌거벗은 생명’으로 놓여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주 노동,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노동 현장은 또한 어떻습니까? 정의로운 전환은 준비되고 있을까요? 기후 위기는 곧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이고, 눈앞에 닥친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입니다. 

기후 위기는 또한 앞으로 지구에서 삶을 영위할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힘든 큰 고통과 책임을 지운 세대 간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등교 거부 운동을 주도한 스웨덴의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여러분들을 지켜볼 것'이라며 역사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량 멸종의 시작 지점에 있으며, 그런데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의 이야기들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중략) 거의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할 임무를 저희 세대에 책임지우는 것입니다. (중략)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여러분의 배신을 알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모든 후 세대의 눈이 여러분에게 쏠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려고 한다면, 저는 말합니다. 우리는 결코 여러분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지구적 불평등은 2억 1천만 명이 넘는 기후난민으로 드러납니다. 튀르키예의 해변에 떠밀려온 채로 발견된 시리아의 3살 아기 난민 ‘쿠르디’는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으나, 쿠르디가 기후난민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래 10여 년 동안 생긴 기후난민은 매년 2,500만 명씩 늘어나며 전 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15%가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10위는 미국, 중국, 유럽 등의 부유한 국가들이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기후 위기에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개발도상국가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고통은 지구상의 위치적 이유만이 아니라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복구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경제력의 문제로 더욱 커집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또한 탄소배출국 세계 7위로서, 이러한 약소국의 고통에 큰 몫을 하고 있음을 가슴 아픈 진실로 깨달아야 합니다.

결국, 기후 위기는 ‘가진 자’들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가지지 못한 자’를 가장 세게 내려치는 위기입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의 4%를 차지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각국 정부가 국내적, 국제적 차원에서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탄소 배출량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의 변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기후정의는 어서 빨리 이들이 지구적, 문명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대전환의 장으로 나아가길 촉구합니다.

지난 6월, 저희 작가들은 목요일 밤마다 온라인의 줌(zoom)방에 모여 앉아 기후 생태 전문가들과 공부를 하고 토론을 나누며 긴 고민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기후 정의’ 개념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실존적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사회적 전환을 만들자고 대중에게 손을 내미는 작가들의 진지한 제안의 장입니다.

또한, 전시장이 될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의 옛 신학생 기숙사인 브레디관의 오래된 시공간이 주는 낡고 깊음으로 작품들과 어우러져, 생태 미학적 조화로움을 경험하게 해줄 것입니다. 

김신윤주   기획.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