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섭 작가

나는 예술노동자다!

평면에 부조리를 입히는 작가 배 일 섭

한 집안의 가장이며 두 아이의 아빠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시간조절이 가능한 예술노동자다. 가슴이 향하는 예술을 목적으로 하고 싶지만 현실은 두 아이의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 붓을 든 손을 놓고 언제라도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아빠다. 작가는 “작업이 언제나 목말랐다. 하지만 난 두 아이의 아빠이고 아이들의 온전한 보호자여야 한다.”며 “매일 그립지만 가끔씩 붓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고백했다.
세월호의 침몰을 보고 겪으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고착되었던 사고가 완전히 바뀌었다. 팽목항은 즐겨 찾던 물길이었고 다이빙을 즐기던 작가였다. ‘내 아이들,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가 바로 그것이다. 더 이상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미룰 수가 없는 작업의 시간에 대한 총량을 찾아 전력질주하고 있다. 
천착한 작업의 대부분이 정치 경제적인 불합리, 국가폭력 등과 이 땅의 고단한 아버지를 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 시간을 살고 있는 작가가 시대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언어도단이다. 집 안의 항거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자한당의 정치폭력을 ‘개’로 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폭정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치를 안주거리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이다.”고 이야기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원숭이와 바나나를 그린 작업은 일본을 향한 일갈이다. 바나나 하나를 먹으려고 온갖 짓을 해대는 원숭이의 눈빛은 교활하다 못해 소름마저 돋게 한다. 또 있다. 작가 스스로를, 아니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을 그린 작업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는 아버지와 일을 하고 붓을 들고 있으면서도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예술노동자인 작가 본인의 조형이 바로 그것이다. 
완성이다 싶지만 미완성이다. 언제든지 가능한 비구상의 스크래치가 작가를 찾는다. 재료의 물성을 이용한 최대한의 조형이기 때문이다. 무소의 뿔처럼 단단하게 나아갈 길만 남았다.   


#작가탐방 #민미협 #배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