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전시

호명呼名 5·18 거리미술전 - 광장전시

김은숙  박경효  박성완  박영균  박철우  박태규  배성희  성효숙  이선일  오월어머니집  

김은숙  KIM EUNSUK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땅이듯’ II

제주 남원 큰엉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한반도 형상의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평화로운 자연의 숲길을 걸으며 한반도 한민족의 길 위에서 너와 내가 맞잡은 손 흔들며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땅이듯 하나였던 우리 다시 만나 어우렁더우렁 대지 위 춤을 추고, 하나였던 우리 다시 만나 음풍농월 흥얼흥얼 노래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경효  PARK KYOUNGHYO

汚(오)戮(륙)島(도)를 애도하다.

보도연맹 학살의 광풍은 五(오). 六(육). 島(도)로만 알았던 섬까지도 이어졌다. 굴비 엮듯 묶고 눈 가린 연맹원들을 실은 배가 오륙도 근처 바다에서 파도 소리에 총성을 뿌리며 수장으로 동족의 죽음을 묻었다. 자료에 의하면 부산에서만 학살된 수는 2000명이 넘는다. 그림 중앙에 춤꾼은 수장된 영혼을 달래 줄 애도의 달을 띄우고 있다. 빨갱이라는 이데올로기 탈을 뒤집어 씌우고 학살을 자행한 그들이 짐승이었다. 악귀였다. 그 원통한 죽음의 원혼들을 달래고 해원을 위해 물의 신령한 이들과 뭍의 동족들이 힘을 모으고 정성을 모아 애도의 달을 띄워야 했다. 바다에 묻힌 이름. 汚(오). 戮(륙). 島(도)의 이름을 알아 영혼을 애도하고 해원의 마음을 달에 새겨야 한다. 

박성완  PARK SUNGWAN

다단계

자본주의 계급도를 모티브로 5개의 층을 구성하였다. 최상위층의 왕정we rule you, 2번층은 종교 we poor you, 3번은 군인 we shoot you, 4번은 중산층계급 we eat for you, 마지막은 we work for all. 각 단계에 지금 국내 정치 이미지를 포개어보기도 하고, 오일팔과 연장된 역사적 맥락 등을 겹쳐 사진을 디지털 꼴라주 하고 브러쉬를 덧대어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이미지에 색을 더하거나 만화적 표현으로 덧대었고 직접 제작한 유화작품과 디지털 작업한 각각의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모아 구성하였다. 
1층은 즐겨보는 어준총수 방송에 요즘 활동 중인 개딸의 이미지를 주된 모티브로 하고 있고, 2층은 삼성가와 조선일보가의 모티브가 축이다. 3층은 한미일군사협력이라는 불편한 접근에 대한 정상들의 이미지가 중심이고, 4층은 신천지와 건진법사, 부수 불교계와 소망교회와전광훈목사이다. 5층은 다리가 쩍벌어진 이를 중심으로 검새이미지이다.

박영균  PARK YOUNGGYUN

얼음의 눈물

박영균은 함평 출생이며 1989경희대에 벽화, ‘청년’을(1989)제작했다.1990년 민미련(민족미중미술운동연합)에 참여하며 현장미술활동을 했다.1997년 첫 개인전을 계기로 386세대의 김대리라는 인물을 통하여 386세대의 아픔과 내면의 갈등을 나타냈다. 이후 15회째 개인전을 해오며 서울에서 작업중이다.

박철우  PARK CHOLWOO

누가 발포 명령자인가

소총의 조준경을 통해 골프장 전경이 보인다. 하늘에는 예사롭지 않은 먹구름들이 펼쳐져 있고 벙커의 모래밭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리고 낯익은 노인이 조준경의 중심에서 조금 비켜 서있다. 그의 골프복 상의에는 별 두 개 계급장이 달려있고 가슴에는 공수부대 휘장, 모자에는 대한민국 육군 마크가 선명하다. 그는 누구인가? 왜 그는 조준당하고 있는 것일까? 조준경 밖의 배경에는 1980년 5월의 아픈 기억들이 그려져 있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1980년 5월 무고한 광주 시민들의 가슴에 M16 총탄을 박히도록 명령한 그는 누구인가? 누가 발포명령자인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비겁한 죽임을 당하였다. 소총의 조준경을  그의 미간이 한 복판에 오도록 시민의 힘으로 옮겨야 한다. 

박태규  PARK TAEGYU

다시, 봄날을 꿈꾸다

다시 횃불이다. 불꽃은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광장에서 만나는 불꽃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함이고, 진상규명의 염원을 담고 있다. 거짓과 혐오를 넘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상징하고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배성희  BAE SUNGHEE

피지 않는 봄

찬란한 봄, 품어 마땅한 계절이 오히려 처절한 나라
불결한 세상을 바꾸려 던져진 낙화 같은 목숨
길고양이 지나는 저 나른한 길은 어느 봄, 봄에 선열의 피가 터진 곳
동백 뚝 떨어진다
잡배와 아첨꾼이 난장인 시절 근조의 검은 띠 다시 드리운 피지 않는 봄
불안을 넘어 다시 먼 길을 돌아, 불안을 넘어 다시 먼 길을 돌아
이팝나무 하얀 밥꽃 필 즈음 금남로에 가야지
악을 쓰며 탄성을 지르려

성효숙  SUNG HYOSOOK & 오월어머니집

빛과 함께 흐르다

부숴지지 못한 몸이 
세상의 어둠 속에서 들끓으며 깊은 심연을 보는데
지구별 어머니의 음악이 들린다.
멸종위기 바다거북도 두루미도 음악을 듣고 
돌고래가 음파를 전한다.
꽃숭어리 빛숭어리 환하다.

이선일  LEE SUNIL

아닌 척, 아니어야 하는 척

낡은 망원경 옆에 선인장이 뿌리 내렸다. 그리고 한 소년이 그 앞에 서 있다. 실향민 아버지가 북녘 고향을 몰래 바라보던 망원경. 물을 자주 주면 선인장이 죽는다는 것도 모른 체, 물통을 든 소년은 선인장을 키워 망원경을 감추고 싶기라도 한 걸까? 월남한 실향민에게 쏟아진 ‘레드 콤플렉스’ 속에서 자신의 태생을 감추고 싶었던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한국사회에서 소위 ‘빨갱이’ 낙인은 다양한 형태로 무한 변주돼왔다. 과거에는 민간인학살 피해자, 좌익, 특정 지역 출신 등을 단속했다면, 오늘날에는 무슬림, 난민, 성소수자 그리고 세월호 피해자들을 비롯해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로 이어져 왔다. 가시 돋친 편견과 모멸의 선동은  ‘아닌 척, 아니어야 하는 척’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도록 누군가를 내몬다. 그런 폭력에 대한 방관과 묵인을 먹고 자라는 주홍빛 가시는 더 크고 날카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