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승 작가

[가슴뛰는 작가 작업실 탐방] 정희승 작가
2021.11.13 

프롤로그
불온한 시대를 통과하던 중심에 ‘불로동 시절’이 있었다. 불로동은 광주미술의 발화였던 동시에 기폭으로 기억 속에 존재한다. 작가를 처음 만난 곳도 불로동 적산 가옥에서였다. 나무계단을 오를 때 들리던 삐걱,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명하다. 
작가가 세상을 향한 발언을 시작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사회를 읽는 눈이 터지기도 전에 부조리한 세상의 중심에 던져졌고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기도 전에 직립으로 세워졌다. 고교 시절 작가를 관통한 오월 항쟁은 심장에 붉은 상흔을 남겼고, 시대는 작가에게 앞서서 나아가기를 요구했다. 세상의 눈을 가졌을 때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회장으로 미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깃발로 해냈다. 

에필로그
도록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작가의 옆 모습은 슬프다 못해 태어났음의 천형(天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정수리를 내리꽂는 물줄기 같은 빛의 꽂힘을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일까. 살아오는 동안 내내 한 번도 잊지 않았던 무엇. 삶의 원동력이자 목적이었던 무엇이 지천명(地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어 이순(耳順)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게 한다.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은 채 건너온 지천명에 하늘이 나를 여기에 있게 한, 뜻을 깨달았고 이순에 이르러 세상 만물의 모든 것과의 욕망과 경계를 가졌다. 이른 새벽 한 송이 붉은 동백을 두 손 가득 안고 다시 살아갈 희망을 세운다. 우리 모두 ‘아침 꽃을 줍다’처럼 꽃 한 송이 마음 안에 채워야 할 때가 왔다. 
작가의 12년 만의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작가의 붓은 여전히 세상을 기록하고 있다. 

# 정희승 작가의 찾아가는 작업실 탐방은 작가의 요청에 의해 전시 중인 오월미술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작가탐방 #민미협 #정희승